부가부 노스 하우저 타워 등반 기록
삶과 등반을 잇는 단단한 열정
등반과 일상의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클라이머. 우석주 애슬릿은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9일까지 캐나다 록키산맥에 위치한 부가부 산군에서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우석주 애슬릿을 만났습니다.
이번 캐나다 등반은 마치 그가 그저 ‘할 일을 했다’고 생각이 들만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등반을 마친 뒤 등산학교 교육에 참여하고, 가을 학기 대학원 생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치 캐나다 록키산맥의 거대한 벽을 오르는 것이 흘러왔던 일상의 한 일부인 것처럼.
멋지고 화려한 말도 없습니다.

등반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본질
수강생으로, 또는 브랜드의 구성원으로 만난 우석주 애슬릿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말은 다른 말보다 특히 중요해 보입니다.
그에게 오롯이 남은 본질, 등반과 일상의 경계 없는 삶과 그것을 대하는 자세를 우석주 애슬릿의 응축된 말로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 잘 돌아오셨습니다.
프로젝트 대상지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부가부는 캐나다 록키산맥의 산군이에요. 워낙 유명한 등반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고요.
눈과 얼음, 바위가 모두 섞여 있는 알파인 환경인데 가장 높은 곳의 고도는 3,000미터 중반 정도 됩니다. 베이스캠프는 2,000미터 중후반 지점에 있어요. 저희는 베이스캠프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등반지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일 수 있었어요. 등산로 시작 지점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진입로가 비포장길이라 50킬로미터를 가는 데에 한 시간 이상이 소요돼요. 이스트 크릭까지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두 발로 걸어서 들어가는 과정들이 모두 등반이라고 생각해서 가급적 많이 걸었습니다. 록키산맥의 광활한 경관이 참 아름다워요. 벽에 올랐을 때 뒤를 돌아보면 주변을 성곽처럼 뾰족하게 둘러싼 산군의 모습에 감탄하던 기억이 납니다. 알프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등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서, 입문자부터 숙련된 클라이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등반지예요.

시간이라는게 정말 소중하죠.
지금 시점에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대 중반에 부가부 등반을 위해 캐나다에 갔다가 사정이 안돼서 포기한 적이 있어요. 그 뒤로 계속 사진을 보면서 꼭 가야겠다고 두고두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워낙 멋진 곳이거든요. 후보로 고려했던 다른 등반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소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전일제로 학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학교에 양해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다행히 한 달간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어 부가부에서 등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시는군요.
그런 생활 속에서 등반을 준비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원을 다니기 전에는 실내 암장에 다니면서 홈트레이닝과 보조 운동을 병행했어요. 대학원에 진학한 후로는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아예 새벽에 학교를 갑니다. 학교 체육관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등반에 필요한 기본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스스로 짜서 한 뒤에 연구실로 출근해요. 등산학교 교육이 있는 주말을 제외하면 주중에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합니다.
많은 준비를 마치고 벽에 서면 어떤 심정일까요.
등반할 때 스스로 지키는 작은 규칙이나 루틴이 있으신가요?
저는 루틴이나 징크스 같은 것에 평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예 만들지도 않습니다. 그냥 상황에 맞춰 적응하는 편이에요. 첫발을 뗄 때 오른발을 떼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루틴은 전혀 두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등반 계획을 세우고 등반지에 가서 시작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산은 언제나 변화를 품으니까요.
그럴 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당연히 있습니다. 이번에도 초반에 계속 날씨가 안 좋았을 때 그랬죠. 부가부의 등반 시즌이 7월에서 8월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6월 말에 가면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겠거니 추론하고 일정을 잡았는데 초반에 계속 날씨가 안 좋으니 심리적으로 압박이 심했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로 한정되어 있는데 날씨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이 흘러가니 '만약 계획한 것을 다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날씨가 너무 춥고 눈과 비가 내려서 저희를 포함해 단 세 팀 정도만 있었고 아무도 등반을 나가지 못했어요. 우리가 가야 할 하우저 타워쪽은 더 멀고 추울 텐데 등반을 아예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 여기서 등반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나 내적 갈등이 심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행히 3~4일 대기한 이후 날씨가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도 올라오는 등 상황이 좋아지는 조짐이 보여서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감정을 깊게 느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그 순간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가장 아쉬운 점은, 가장 어려운 구간 한 곳을 완등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때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한 번 더 시도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4명의 대원을 안전하게 하산시켜야 하는 책임이 저에게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고요. 당시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식수가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최선의 결정이었지만, 내려와서 아쉬움이 크게 남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벽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다음에 다시 도전해서 마무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판단을 굳게 믿고 나아가는건 정말 중요하죠.
가끔 버거울 때, 무엇에 의지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실제 등반 상황에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건 오직 '지난날 내가 준비해 온 것들'입니다. 평소의 훈련량, 체력, 정신력, 정보, 경험치 같은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저를 지탱해 주죠.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나 격려도 물론 소중하고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실제 벽 위에서 등반을 해내는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 외에는 기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스스로 준비하고 해내려고 더 많이 노력했습니다.

단단한 말씀 감사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분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겠어요.
이번 등반으로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성찰한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제 내가 조금 더 난이도가 높고 도전적인 등반을 시도해도 되겠구나' 하는 가능성과 수준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죠. 이전에는 고립된 환경의 등반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들에 대한 염려로 다소 보수적인 기준에 따라 루트를 골랐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느꼈고 더 어려운 등반을 시도해봐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부가부에 오게 된다면 이번에 다 완성하지 못한 못한 루트를 다시 마무리하고 싶고, 이번 등반에서 저를 위해 많은 희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은이가 주인공이 되어 등반할 수 있도록 제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당장 집중할 계획이 있으실 것 같아요.
당장은 2학기 대학원 생활에 충실하려 합니다. 지난 학기에도 아주 성실하게 임했는데, 평소 연구실 활동과 인간관계에서 성실함을 보여주어야 방학 때 제 등반 일정을 양해받고 다녀올 수 있거든요. 2학기 역시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완수해야 다가오는 겨울 방학 때 제가 하고 싶은 등반을 할 수 있을테니, 학업과 일상 운동 훈련에 모두 소홀함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입니다.

치열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은 등반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우석주 애슬릿에게 등반은 일상을 탈출하는 도피처가 아니며, 일상 역시 등반을 하는 것처럼 열정과 생명력의 시간입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한 사람에게 자연과 삶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만큼 빛나는 순간을 선물하니까요.

캐나다 록키산맥 부가부 산군
부가부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산군으로 수직의 화강암들이 날카롭게 솟아오른 경이로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알파인 락클라이밍 대상지로, 많은 클라이머들이 찾는 곳입니다. 최고 고도는 3,000m 중반이며, 베이스캠프(고도 2,000m 중후반)에는 야영지와 산장이 있습니다. 마지막 마을에서 비포장 산길을 따라 50km가량 차량을 이용해 들어가야 하며, 도로 사정상 차량으로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옵션에 따라 헬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노스 하우저 타워
부가부 산군 내에서도 가장 높고(약 3,400m),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거대한 봉우리입니다. 그 중 'All along the Watchtower(AAW)' 루트는 약 1,000미터에 달하는 깎아지른 수직 절벽을 며칠에 걸쳐 올라야 하는 최고 난이도의 거벽 루트입니다. 5.11~5.12 6피치의 다이히드럴 구간이 백미로, 약 250미터 가량 곧게 뻗은 다이히드럴을 따라 형성된 크랙의 선이 매혹적입니다. 2/3지점에서 나오는 짧은 루프 구간이 가장 어려운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