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의 20여 일
낯선 빙벽 위에서의 감정
높은 고도의 아찔한 순간과 함께 험준한 빙하와 빙폭을 거슬러 굳건히 올라가며 느꼈던
코오롱스포츠 앰배서더 팀의 몰입의 순간을 공유합니다.
AMBASSADOR TEAM
Rockies Project 2024
PLAN
등반지 및 등반 루트
세계에서 가장 긴 4,800km에 달하며 북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로키 산맥으로 빙벽 원정을 떠난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빙하와 빙폭이 분포해 있어 전세계 클라이머들이 찾는 대표적인 빙벽 등반지
Banff National Park, Jasper National Park
Louise Falls(WI4+)
Bear Spirit
Grotto Falls
Johnston Canyon(WI4, WI5+)
Green Monster(WI4+)
Weeping Wall Central Pillar(WI5+), Right-Handed(WI5), Weeping Pillar(WI6)
Murchison Falls(WI4+)
Carlsbug Column(WI5)
The Playground
Professor Falls(WI4, 7P)
Curtain Call(WI6, 124M, 2P)
Nemesis(WI6, 160M, 2P)
Pillsner Pillar(WI6, 212M, 5P)
Haffner Creek
눈사태의 나라 캐나다
2024년 2월 27일. 폭설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폭설로 인해 눈사태 경보가 발령돼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눈사태 위험으로 산 진입 금지가 강력하게 권고됐다. 운전을 하다 보면 ‘눈사태의 나라, 캐나다’라고 적힌 표지판이 종종 보인다. 잠시 겨울을 스쳐가는 관광객들에게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표지판이었다.
본격적인 등반을 위해 움직였다. 뾰족뾰족하게 울창한 높은 나무들은 넘쳐나는 눈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어프로치를 했던 카나나스키스(Kananaskis)의 숲길이 기억에 선하다.
그저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를 고민한다
지도상 문라이트로 표시된 곳을 찾았으나 벽만 덩그러니, 얼음이 통째로 없었다. 하릴없이 계곡을 따라 들어가 그린 몬스터(Green Monster, WI4+)에서 빙벽을 시작했다. 너무 추워서 정신을 못 차렸다. 내내 얼어있던 발이 고통스럽다. 얼음은 너무 단단해서 도끼질하듯이 내려쳐 깨부수다시피 했다.
그 뒤로 며칠간 영하 25도를 밑돌았다. 매일매일 아침 길을 나서는 일이 고되다. 새벽에 일어나 옷을 입는 순간부터 그저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를 고민한다.
얼음 기둥이 곤두서 있다
70m 길이의 화이트맨 폴스(Whiteman Falls, IV, WI6)는 보통 두 피치로 등반을 한다. 첫 피치를 시작했다. 버섯형 고드름이 불룩하게 어는 구간이다. 오버행*으로 느껴질 정도로 각도가 곤두서 있었다. 1 피치를 빙벽의 좌측에서 종료하고 2 피치도 직상 했다. 2 피치는 기둥 형태였는데 얼음이 부실하고 오버행처럼 느껴질 정도로 각도가 심해 난이도가 상당했다. WI6급으로 느껴질 강도. 정상에는 앵커가 있었고 70m 더블 로프 2동으로 바닥까지 한 번에 내려올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숙소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밥부터 챙겨 먹는다. 그리고 추운 캐나다 날씨를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파이어볼 위스키를 얼음잔에 따라 마신다. 시나몬 맛이 난다. 추위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진정제였다.
눈사태 경보와는 반대로 풀려가는 날씨에 마음이 쫓겨 사나흘씩 연이어 등반을 했다. 그렇게 열흘쯤. 캐나다에 훌쩍 봄이 다가왔다.
*오버행(Overhang): 암벽이나 빙벽에서 수직 이상의 경사도를 가진 바위의 한 부분
빙벽 등반의 천국 로키 산맥
온화해지는 날씨 덕에 몸도 덩달아 풀려서 등반이 수월해졌다. 완연하게 따뜻해진 이후로 네메시스(Nemesis, WI6, 160M, 2P), 커튼콜(Curtain Call, WI6, 124M, 2P), 필스너 필라(Pilsner Pillar, WI6, 212M, 5P) 등 꽉 차게 즐길만한 루트들을 찾아다녔다. 등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어떤 형태의 등반을 하느냐에 따라 재미의 기준이 달라진다. 고통과 인내로 참아내는 것이 재미의 기준이 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좋은 조건에서 신체와 정신적 능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온전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등반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광활한 로키산맥에 걸려있는 수없이 많은 빙폭들은 빙벽 등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료될 보석들이다. 떠날 때가 되어서야 언젠가는 다시 한번 꼭 돌아올 것이라는 짜릿한 기대감이 고개를 내민다.